마음의소리/Today

'괜찮다'에 지친 나에게

물빛드는정원 2019. 12. 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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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순간부터 괜찮다는 말이 입에 붙은 것 같다
늘 씩씩하고 자립심 강한 스스로가 되길 원했던 탓일까
가타부타 투덜거리는게 어느순간 허무해지고 너무나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에 입을 닫아버렸다

과연 내가 누군가를 평가하고 단정지을 자격이 되는가?
나의 잣대가 그릇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그저 묻어 버렸던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은 쌓이고 쌓여서 스스로를 잠식했고, 늘 불안해 하는 나를 다독인답시고 괜찮다는 말로 방치하였다

이따금씩 잠복해온 감정들이 튀어나오는데 아직도 어떻게 통제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나의 가장 큰 단점은 믿고 전진 해야만 할 때 밑도 끝도 없이 검증하려는 것이다
지극히 감정적이고 직관적이면서 중요한 때에 이런 행동으로 판단력을 잃어버린다

감정에도 통로가 있어서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쌓아두기만 하면 긍정적인 감정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늘 벼랑 끝으로 스스로를 내몰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문제는 바로 그것이 아니었을까?
사실은 괜찮지 않다고, 우울하고 회의감에 빠져 사는 내가 싫어서 외면해온거라고 인정했어야 했다

한번씩 답답함에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왜 나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이 아닐까,
왜 아직도 어린아이 같고 성숙하지 못한걸까
감기 같은 존재로 치부해버린 탓에 이 폭풍이 수습되는 텀이 계속 길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의 다짐도 의심하면서 뭘 할 수 있을까,
시간만 축내다가 결국 무엇하나 이룬 것 없이 허무히 사라지는건 아닐까 불안하다

그런데, 사실 못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아직까지 어릴 수도 있는거지
잘 하지 못할 수 있는거고 바보 같을 수 있는거다
매번 나를 외롭고 고통스럽게 만드는건 타인이 아닌 자신이었음을,
그러니까 이제는 그만 놓아줄 때도 되었음을 생각하려고 한다

트라우마를 모두 없애버릴 수는 없지만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한 순간이라도 마음놓고 행복해지고 싶다
한 순간이라도 아무 생각 안 해보고 싶다
나의 이 오랜 바람이 지금당장 실현되는건 어렵겠지만 이 또한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할 수 없다고 생각되어도 할 수 있다고 말해야지
그래야 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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