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결말이 기다려지지 않았던 전형적인 한국드라마. 넷플릭스 자본으로도 어쩌지 못했던 진부한 전개
모처럼 여성위주의 드라마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문소리 배우분과 김희애 배우분을 좋아하는데, 연기력은 물론이고 중년의 나이에도 품격 있는 아우라에 동경했었다
11화까지 정주행 한 결과, 이 드라마의 진부함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문제가 아닌, 연출과 극본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오히려 배우들 덕분에 정주행은 할 수 있었달까.
몇 년 전 여성인권신장이라는 명목하에 대한민국이 꽤나 떠들썩했던 때가 있다. 이는 지금도 현재 중인 듯하고.
시대적 개혁 물결 자체에 대한 반감은 없으나, 그다지 동의하진 않았다.
세상은 복잡한 인과관계로 얽혀있고, 어떠한 침해가 특정 집단에 의해 형성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집단에 의해 침해받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특정 집단은 무조건적으로 악하다고 볼 수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소속 국가를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시대적 정서를 탓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단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며, 특정 집단 역시 부모세대 사상의 피해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단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 적대적으로 대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개인으로써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모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이 작품에서 대부분의 남성들은 무능력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야욕에 미쳐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물로 묘사된다. 반면, 여성들은 인간적이고 섬세하고 끝내는 의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들로 나온다.
분노조절장애에 미친 사람처럼 나왔던 인물도 결국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비뚤어졌다는 콘셉트도 참 진부했다.
마치 특정 층을 타깃으로 소비되기 위한 드라마로 제작된 것처럼 방향성이 참 뻔했다.
등장하는 여성 인물중에 '악' 자체였던 것은 은성그룹 회장뿐이었다. 근데 그 회장도 황도희에게 잔정을 가졌던 인물로 표현되었지. 여성 인물 중에 인간적이지 않은 인물은 거의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악성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인간은 악하게 태어났다 이딴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닌, 인간 역시 동물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기적인 행동거지는 본능이라 생각했다.
악함의 베이스는 인간의 이기심이라고 생각했고.
하지만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인간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에 다소 불리한 신체조건을 지녔다. 강력한 치아를 가진 것도 아니고, 날카로운 뿔을 가진 것도 아니다. 초식동물처럼 기민한 능력을 가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모여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사회성이 계발되었기 때문에 여차하면 누구든지 이기적으로 판단하게 될 수 있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성악설의 근간이다. 따라서 나는 어떤 특정 집단이 무조건적인 피해자라 생각하지도 않고, 옳다고만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건은 각각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지 세력을 나누어 정치인들처럼 나는 옳고 당신은 틀렸다는 잣대를 가져다 대면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게 스스로가 '옳다'는 확신이다.
내가 '옳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른 이의 사상이나 가치관을 묵살시키는 것은 합당한 일이 되어버린다. 판단력은 흐려지고 검증조차 하지 않게 된다.
이런 위험한 일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 정치판이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분열 발생은 이득이지. 세력이 갈라져 적대감정이 생기면, 이를 동의해 주고 지지해 주는 이에게 훨씬 큰 울림을 받게 되니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상대편이었던 백재민 후보가 완전한 쓰레기로 나왔다는 것이었다.
마치 악을 선으로 이기는 것처럼 묘사한 부분이 참으로 불편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보는 드라마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건지? 차라리 정치적 이념이 다른 후보 둘이 나와서 차별과 맞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갔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다. 제목처럼 획기적이고 엄청난 전술로 쇼부를 보았다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었을 거야.
근데 좀 유치했다. 압도적 승리의 설득력을 위해 반대편 진영을 '악' 그 자체로 만들었다는 게.
넷플릭스의 자본력 정도였다면, 좀 더 품위 있고 설득력 있게 풀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래서 그들의 행보가 싫은 것이다. 비판의 근거가 뚜렷하지가 않아서. 결국 피해의식만 부추기는 것 아니고 뭐람?
부디 나는 혹은 우리는 '피해자야'라는 프레임에 매몰되지 않도록, 분열을 조장하지 않는 건강한 여성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ost 제목부터 쌉오바야. 시청했던 작품을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마 이 작품은 그런 일 없을 것 같다.
킬링타임용으로 보겠다면 뭐 말리진 않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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