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소리/후일담

히가시노게이고 - 비밀 후기

물빛드는정원 2023. 11. 9. 19:00
728x90
한줄평: ???????????????????????

 

 

본 소설의 도입은 다소 상투적인 전개처럼 보였다.

모종의 사고를 통해 엄마의 육체는 사망하고 딸은 육체는 보존했지만 영혼이 사라졌다.

늘 그렇듯 각자의 원래 자리를 찾아가는 스토리라 예상했고 나오코의 영혼은 소멸하고 모나미의 영혼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95% 읽었을 때까지.

 

그러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엄마와 딸의 영혼이 체인지가 될 때 이렇다 할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영혼이 바뀐다는 사건 자체가 초현실적인 일이기는 하고, 초반에 헤이스케가 언급하였 듯 이를 설명해 줄 명확한 단어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알겠다.

그러나 본질적인 의문은 대체 나오코는 왜? 모나미 행세를 했냐는 것이다.

 

육체는 모나미인 나오코와 헤이스케는 많은 갈등을 빚게 된다.

아무리 육체는 껍데기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딸의 모습을 한 아내는 더 이상 완전한 아내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

부부사이도 아닌, 그렇다고 모녀사이라고도 할 수 없는 어정쩡한 관계는 지속적인 긴장감을 끌어올렸지만 나는 왜 이렇게 각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에 공감할 수가 없는 것인가...!!

 

헤이스케는 꽤나 인간적이고 순정파 인물이다. 아무리 부녀, 부부도 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하더라도 신의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나오코는 왜 그랬을까? 헤이스케가 언급하였 듯 젊은 육신을 얻고 생각이 달라졌던 걸까, 모나미의 육체에 영혼이 담긴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판단했던 걸까?

혹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헤이스케가 의처증 환자처럼 볼 수도 있겠지만 난 반대였다.

헤이스케의 감정선, 그의 선택들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지만 나오코의 행동들은 도대체 왜..??

 

물론 두 주인공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헤이스케는 타 지역에서 매춘 호객업자에게 넘어갔고, 나오코 역시 소마라는 어린 남고딩에게 흔들렸다.

그리고 더 이상 '그것'을 할 수 없게된 장면 이후로 모나미가 돌아오려 하는 것 같다고 연기를 시작했다.

더이상 부부로 지낼 수 없는 충격에 의해 회피 차원에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 모나미를 위해서였을까?

 

사람은 보통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되면 오히려 차분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사건을 통해 발생한 진짜 감정을 자각하게 된다.

소년심판에서 나온 단장지애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는데, 자식을 잃었지만 그래도 자식이 다시 새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걸까??

 

이상하게도 나오코는 처음 사건을 마주한 후 전개 내내 자녀를 잃은 아픔에 대해 놀랍도록 초연했다. 아마 딸의 영혼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 딸이 죽지 않았다로 인식해서일까.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전개를 설득할만한 단서가 부족했다고 할까나. 그저 모든 모순이 "36세의 여성의 영혼이 담겨서"로 치부되었다. 모성인지 젊은 육체로 재생하며 생긴 욕심 때문인지 작가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마치 그건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려는 듯 말이다.

 

끝내 나오코가 모나미의 육신으로 결혼을 하면서, 헤이스케가 재혼할 여유가 생길 수는 있겠지. 모나미로써 결혼하여 헤이스케를 떠나지 않는 이상 그녀는 공존을 위해 연기는 계속했을 것이며 헤이스케 역시 재혼은커녕 독수공방 했을 테니 말이다.

뭐 헤이스케를 향한 나오코의 마음은 진실이었다. 다만 각각의 사건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 매우 불친절하여 하나하나씩 뜯어 맞춰보아야만 그들의 진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으니 그저 킬링타임용으로 읽기는 애매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눈 깜짝 하는사이에 대체 뭐여...? 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그것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쉬운 책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퍽 당황스러웠던 책이었다. 

 

어쩌면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였고, 헤이스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그를 떠났는지도 모른다. 결혼 상대가 상대다 보니 헤이스케가 지향했던 연민과 다소 초월적인 인류애를 실현시켜주기도 했고.

 

반전물을 사랑하고 불친절한 전개 역시 감내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당신에게 이 책은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전 8할이 물음표인 작품은 선호하지 않는편입니다 허허 너무 힘들고 기빨림..

 

그래서 제 점수는요: ☆(6.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