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국내 영화관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20년도 더 된 작품이고, 다카포를 이후로 에바를 영화관에서 볼일은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세상일 어느 것 하나도 단정할 수 없는 듯하다.
다들 알다시피, 이 영화의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는 어렸을 적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거의 형성되지 못하였다.
가뜩이나 질풍노도의 시기인 14세의 소년은 유년시절 결핍으로 염세적인 마인드가 극심해진 상태였다.
혹자들은 본 작품을 감상하면서 여느 소년만화처럼 강인하고 포기를 모르는 인물처럼 묘사되지 않는 주인공이 꽤나 답답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왜 저렇게 겁을 내는지, 자신은 쓸모없는 존재라고 멘탈을 심연 속에 집어던지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사람 역시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세계관에서 어른들은 어른으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어떤 임무를 성공하거나 성과를 내야만 가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살아가려는 의지를 가진 모든 것이라면 가치 있다고 말해주는 이는 카지밖에 없었다.
이 소년이 겁을 내는 근본적인 이유, 이 소년이 갖고 있는 결핍을 이해하고 함께하려는 것이 아닌 네 손에 세계가 달려있다는 부담과 겁을 주기 바쁘다.
TV판 주제가에도 나오지 않은가,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그런 맥락에서 이 소년이 에바에 올라 사도로부터 세계를 지켜내는 것은 인간이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성숙한 어른도 두려움을 느낄만한 일에 아이를 사지로 밀어 넣는다.
인간은 모두가 불완전하고 결핍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신지처럼 사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나 그 누구도 이 아이에게 "학습"이라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자신을 믿고 일어서면 그 누구라도 성장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이 가 있었던가?
인간은 "미지"의 존재에 큰 공포를 느낀다. 해보지 않고,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등장인물들 은 애송이 혹은 겁쟁이라며 비난하기 바쁘다.
마지막에 에바초호기의 마중...으로 우여곡절 끝에 탑승은 하지만, 두려움이 해소되지 않은 신지는 끝까지 망설인다.
서드 임팩트로 모두가 LCL화 된 세상이 되어서야 진심을 말한다. "그곳에선 딱히 좋은 일도 없었던 것 같아, 사람들이 두려워"라고. 레이는 이런 신지를 보고 그 어떤 비난도 하지 않는다. 그저 질문을 던질 뿐.
수많은 대화 뒤에 신지는 비로소 용기를 낸다. 그래도 어떻게든 사람들과 부딪혀 살아가고 싶다고.
한편으론 신지에게 필요했던것은 "타인의 인정"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비난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물론 이 한걸음으로 엄청난 정신적 성장과 이어지진 않는다.
다시 인간의 형태로 돌아온 후에도, 인간에 대한 증오, 공포에 대한 저항으로 아스카의 목을 조르는 행위를 일삼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아스카는 신지보다 어른이었다. 끝에 기분 나빠 라는 말을 덧붙이긴 하였으나 고통에 사로잡혀 있었던 신지의 뺨을 어루만져주는 대인배적 행동을 하였으니 말이다.
누구에게나 미숙한 시절은 존재한다. 그러나 미숙함이 있기에 성숙을 향한 여정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닐까?
나 역시 카지나 미사토처럼 서툴지만 어른으로써 역할을,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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